일상/책

노르웨이의 숲 리뷰

hsb_02 2024. 4. 30. 17:40



▶ 책 제목



노르웨이의 숲

 


▶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 책 정보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정말 언제까지나 나를 잊지 않을꺼야?"

 

와타나베는 생각한다. 그녀가 왜 나에게 "나를 잊지마"라고 말했는지,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그녀는 알았을 것이다. 내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는 나에게 호소해야만 했다.

 

"언제까지고 나를 잊지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줘"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 한마디



2일에 걸쳐 완독했지만 바로 독후감을 작성하지 못했다. 이유는 결말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번 책을 읽고나서 다시읽는 경우가 없었는데 노르웨이의 숲은 달랐다. 이 책은 다시 읽어야만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릴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결국 공책에 인물관계나 시간 흐름에 따른 중요한 사건들을 정리해보며 2회독을 하였다.

 

책들을 리뷰하면서 최대한 중요한 내용은 배제하고 한마디를 작성해왔으나 이 책만은 예외로 하려한다.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쭉 풀어놔야 이 응어리가 좀 풀릴 것 같다.

 

노르웨이의 숲의 부제는 상실의 시대이다. "노르웨이의 숲"은 이야기가 시작하며 주인공 와타나베가 듣고 괴로워하는 재즈곡이다. 사실 진정한 이 책의 제목은 "상실의 시대"가 맞다고 생각한다. 작중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상실을 겪고 각자 어떻게 상실을 극복하려 노력하는지가 책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와타나베와 나오코의 시점에 초점을 맞춘)



 

 

 

서론



책의 시작은 37세의 와타나베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와타나베는 비행기를 타고 가던 도중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며 혼란에 빠지게 된다.(극 서술로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마구 흔들정도의 심각함) 이후 와타나베는 18년 전 나오코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와타나베의 초원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이후 서술할 나오코가 입원해있는 요양원 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같이 걸으며 이야기를 한다. 해당 부분에서는 나오코의 상태가 심각함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과거 회상 시점은 37세의 와타나베의 독백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와타나베가 나오코의 마음을 깨닫는 부분이다.



=>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사실 위의 문장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도중 떠올릴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와타나베의 시점에서 나오코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와타나베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

 

 

 

 

첫번째 상실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17살 기즈키를 통해 만났다. 기즈키는 어렸을 때 부터 나오코의 소꿉친구였으며 연인이였다. 기즈키의 친구인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셋이서 놀러다니곤 했다. 하지만 어느날 기즈키는 자살하게 된다. 유서도 없고 그럴듯한 동기도 없다. 그 후 둘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18살 전철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을 통해 둘은 일요일마다 만나기로 약속한다. 주기적으로 만나며 가까워졌으나 둘 다 기즈키의 언급은 없으며, 만나면서도 선을 지키며 가까워진다.

 

다음은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비정상적인 대화 중 나오코의 대사이다.

"말을 잘 못 하겠어. 요즘 들어 계속 그래.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이상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거야. 맞지도 않는 말이거나 완전히 반대거나. 그걸 고쳐 말하려 하면 이번에는 혼란에 빠져서 도대체 내가 무슨말을 하려 했는지도 모르게 돼. 마치 몸이 둘로 갈라져서 서로 술래잡기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둘 사이에 커다란 기둥이 하나 있는데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술래잡기를 해. 적절한 말은 다른 내가 아는데, 여기 있는 나는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거야."

 

 

다음은 와타나베의 독백이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기즈키가 죽은 날 밤을 경계로 이미 나는 죽음을(그리고 삶을) 나라는 존재 속에 갖추었다. 그런 사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 열일곱 살 5월의 어느날 밤에 기즈키를 잡아챈 죽음은, 바로 그때 나를 잡아채기도 한 것이다.

 
 

필자는 2회독을 하며 여기서 두명은 이미 상실을 겪고(친한친구, 연인의 죽음) 그것이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한채로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대화를 보면 같은 상실을 겪었음에도 나오코의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느껴진다.

 

 

 


헤어짐

 



1969년 4월 중순 나오코는 20살이 되었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나오코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날 나오코는 드물게도 말을 많이 하게된다. 와타나베는 그녀의 말투가 부자연스럽게 뒤틀림을 깨닫는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나름대로 줄거리를 갖추었지만 이야기를 연결하는 방식이 묘하다. 나오코의 이야기의 부자연스러움은 그녀가 몇몇 포인트를 피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데서 비롯했다. 그 중에는 물론 기즈키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녀가 외면하려는 것은 그 것 만은 아니라고 와타나베는 생각한다.

 

결국 이날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관계를 맺는다. 와타나베는 나오코가 처음 관계를 맺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모든 것이 끝난 다음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질문한다 "왜 기즈키와 자지 않았어?"

 

나오코는 소리없이 울기 시작했고 이내 와타나베는 이불을 덮어주고 잠에 들게된다. 아침에 일어나 뒤돌아 있는 나오코를 본 뒤 와타나베는 체념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후 일주일동안 나오코는 연락이 끊기게된다.

 

7월 초 나오코에게 편지가 오게된다. 편지의 내용은 편지를 쓰는 것이 매우 고통스럽다는 것, 대학을 휴학하게 되었다는 것,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요양소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 나는 널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준비가 되면 연락 한다는 것 등등이다.

 

서론에서 와타나베의 독백을 통해 작중에서 나오코는 와타나베를 사랑한 적이 없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오코가 와타나베와 관계를 맺은 이유는 무엇인가. 또 오랜기간 기즈키와 연인이었으나 한번도 관계를 맺지않은 이유는 무엇인가(후술). 그저 본인의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와타나베를 선택한 것일까? 어찌되었든 와타나베의 나오코 생일 축하파티는 나오코 내면의 상실을 더 크게 만든 행위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재회

 



나오코가 요양소로 간 이후 넉달 후(1969년 8월) 와타나베는 나오코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본인은 매우 잘지내고 있으며, 이 곳은 매우 편안한 공간이고, 나를 만나러 와줬으면 한다는 내용이다.

 

편지만 봐도 나오코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편지를 쓰기 힘들다는 전의 내용과는 대비되게 본인의 요양소에서의 삶을 이야기를 풀듯이 재밌게 편지에 써놓았기 때문이다. '기즈키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땠을까'라는 내용 또한 포함하지만 기즈키는 아직도 나오코에게 큰 존재임 또한 편지를 통해 와타나베에게 전달한다.

 

와타나베는 바로 짐을 챙기고 나오코에게 향한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요양소에서 나오코의 룸메이트 레이코를 만나고 나오코 또한 만나게 된다. 레이코는 나오코를 잘 챙겨주는 요양소에서의 절친이였으며 와타나베 또한 호감을 가진다.

와타나베는 나오코, 레이코와 대화 도중 나오코의 고백을 듣게 된다.

 

내용은 본인은 기즈키와 관계를 할 때 한번도 흥분한 적이 없었다는 것, 스무 살 생일 저녁에 와타나베를 만났을 때 흥분했던 점이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는 것, 본인은 기즈키가 떠났음에도 지금까지 계속 정말 사랑하고 있었다는 점(와타나베는 친구정도). 나오코의 기즈키에 대한 사랑은 보통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나오코의 대사이다.

 

"어쨌든 우린 그런 관계였어. 그래서 그애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사람을 대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던 거야. 사람을 사랑한다는게 도대체 무엇인지도." 이 말이 끝난 후 나오코는 큰 상실감에 멘탈붕괴 상태에 빠지게 된다.이에  레이코와 와타나베는 자리를 피해주게 된다.

 

나오코의 고백은 기즈키와 관계를 한번도 맺지않은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와타나베와 관계를 맺은 이후 큰 상실감에 빠져 와타나베에게 말도 없이 요양원으로 향한 것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여전히 기즈키를 사랑하기 때문)

 

레이코와 와타나베는 상태가 호전된 나오코와 얘기를 이어간다. 이때도 나오코의 상태는 많이 좋아보이며 기즈키의 대한 말을 꺼내는 것에도 꺼리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밤이 늦어 각자 잠자리에 드는 시간, 이때 와타나베는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뜨게된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오코, 와타나베는 달빛에 비친 너무나도 아름다운 형상에 성적 흥분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윽고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다시 침실 문으로 조용히 들어간다.

 

와타나베는 이것이 현실인지 분간을 못하게 된다. 다음날 나오코의 행동이 무척 자연스러웠기 때문. 하지만 책을 읽는 필자 입장에서는 나오코의 행위는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오코의 행동의 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생각으로 와타나베의 앞에서 나체를 드러낸 뒤 몇분 정도를 가만히 있다가 침실로 들어간 것일까? 

 

다음날 나오코는 와타나베에게 또 다른 고백을 한다. 본인에게는 언니가 있다는 것. 언니는 뭘 해도 일등에 올라서는 타입이었고 나오코를 무척이나 귀여워 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기즈키와 똑같이 자살 징후도 보이지 않았고 유언도 없으나 열일곱살에 자살했다는 것. 죽은 언니를 발견한 것은 나오코 본인이였고 목을 매단 언니를 보고 한참동안이나 언니의 옆에 있었다는 것. 나오코는 당시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난 그 자리에서 오륙 분 멍하니 있었던 것 같아, 얼이 빠져서. 뭐가 뭔지 알 수도 없어서. 몸 속에서 뭔가가 죽어 버린 거 같았어."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같은 상실(기즈키의 자살)을 겪었지만, 나오코가 더 심각한 상태여왔음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는 부분. 

 

이렇게 나오코와의 만남을 끝마치고 와타나베는 현실(미도리가 있는)로 복귀하게 된다.


 


상실의 극복



와타나베는 요양소에서 돌아온 후 미도리와 시간을 보내거나 나오코에게 편지를 써가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오코에게서의 답장은 몇통 정도가 왔는데 편지의 내용은 레이코와의 일상적인 생활이고 너(와타나베)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중간 나오코에게의 편지의 내용에서 걸리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나도 가능하면 짬을 내서 편지를 쓰려고 하지만 편지지를 앞에 두면 내 마음은 늘 아래로 가라앉기만 해. 난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다만 그것을 문장으로 잘 표현할 수가 없어. 그래서 편지 쓰기는 내게 정말 괴로운 일이야"

 

분명 재회 전 편지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었다.. 와타나베와의 만남 직후 호전될 거라 생각했던 나오코의 상태는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69년 11월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레이코의 손수만든 스웨터를 생일 선물로 받게된다.

 

1969년 12월 와타나베는 다시 나오코를 찾아 요양소로 향한다. 하지만 나오코는 가을(1969년 8월)에 왔을 때 보다 더 말이 없었음을 와타나베는 깨닫게 된다. 레이코가 잠시 자리를 비운 뒤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관계를 맺으려 하지만 나오코는 젖지 않은 상태였다. 다음은 나오코의 와타나베에게의 한탄이다.

 

"내 문제는 전부 정신적인거야. 만일 내가 평생 젖지 않고 평생 x를 못 하더라도, 그래도 넌 나를 좋아할 수 있겠어? 오래오래 손하고 입만으로 참을 수 있겠어? 아니면 x는 다른 여자하고 해결할거야?"

 

와타나베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나는 본질적으로 낙천적인 인간이야, 천천히 생각하게 해줘. 그리고 너도 천천히 생각해 줘"

 

와타나베는 이 대답 말고도 나오코에게 둘이 같이 살자는 말과 다음 년 3월에 올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1970년 4월 레이코에게 편지가 오게된다. 편지의 내용은 나오코가 11월 말에서 12월 초부터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요양소에서 다른 전문병원으로 옮길수도 있다는 것. 편지를 받은 이후 와타나베는 무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 이유는 와타나베의 독백에서 찾을 수 있다.

 

"레이코 씨의 편지를 받고 내가 충격을 받은 큰 이유는 나오코가 쾌유되어 간다는 나의 낙관적인 관측이 한순간에 뒤집혀 버렸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상실감에 빠지지 않고 정말로 사랑하는 나오코를 위해 각성하게 되는데 다음은 이를 보여주는 와타나베의 독백이다.

 

"어이, 기즈키. 너하고는 달리 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그것도 제대로 살기로 했거든. 너도 많이 괴로웠을 테지만 나도 기롭기는 마찬가지야. 이게 다 네가 나오코를 남겨 두고 죽어 버렸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절대로 버리지 않아. 왜냐하면 난그녀가 좋고 그녀보다는 내가 더 강하니까.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거야. 그리고 성숙할 거야. 어른이 되는 거지. 그래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가능하다면 열일곱, 열여덟에 머물고 싶었어.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겨. 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4월이 지나고 5월이 왔지만 나오코에게서도 레이코에게서도 편지는 오지 않는다.(중간중간의 미도리의 얘기는 생략했음)

 

5월 중순에 레이코에게서 편지가 왔지만 내용은 나오코의 상태가 매우 악화되어 결국 새 병원으로 보냈다는 것 뿐이다.

 

이 상황에서 와타나베는 나오코에게 편지를 계속 보내면서도 미도리와의 관계가 갈수록 깊어지게 된다. 와타나베는 레이코에게 나오코에 대해서는 무서우리만치 조용하고 상냥하며 맑은 애정을 갖고 있음과 미도리에게는 땅을 밟고 서서 걷고 숨 쉬고 고동치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음 즉, 두 명 모두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레이코에게의 편지의 내용은 긍정적이였다. 바로 나오코의 상태가 빨리 쾌유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본인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을 찾으라는 조언이 담겨있다.(6월)
 

 

 


두번째 상실


1970년 8월 말 와타나베는 적막이 흐르는 나오코의 장례식을 끝내고 미도리와의 연락 또한 끊은채 한달간의 여행을 시작한다.


필자는 여기서 큰 충격을 먹었다. 분명 레이코의 편지로는 나오코는 호전되고 있지 않았는가....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생활을 밝게 포장하여 나오코의 치료를 돕도록 거의 매일 편지를 보냈으며, 학기 중간중간 나오코에게 찾아가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고 같이 살자는 말까지 건넸다. 나가사와와 방탕한 세월을 보내기도 했으나 요양소에서 나오코를 만나고 난 이후에는 어떤 이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살아있는 피가 흐르는 미도리에게 조차도 나오코를 위해 관계를 맺지 않고 어떤때는 상처 또한 주었다.

 

다음은 한달간의 여행 이후 방에 틀어박힌 뒤의 와타나베의 독백이다.

 

"어이, 기즈키, 너 마침내 나오코를 손에 넣은 거야. 좋지 뭐, 원래 네 여자였으니까. 결국 그곳이 그녀가 가야 할 장소였던 거야, 어쩌면. 그래도 이 세상에서, 이 불완전한 산 자의 세상에서 나는 나오코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나는 나오코와 둘이서 어떻게든 새로운 삶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괜찮아, 기즈키. 나오코를 너한테 줄게. 나오코는 너를 선택한거야. 그녀의 마음처럼 어두운 숲 안쪽에서 나오코는 목을 맸어. 어이, 기즈키, 넌 옛날에 내 일부를 죽은 자의 세계로 끌어들였어. 지금, 나오코가 나의 일부를 죽은자의 세계로 끌고 갔어. 가끔은 내가 박물관 관리인이 된 듯한 기분이야.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는 휑한 박물관 말이야,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곳을 관리하는 거야."


와타나베가 나오코를 생각하며 기즈키의 죽음에 대한 상실을 극복한 독백을 기억하는가? 나오코의 죽음 이후의 와타나베의 독백과 소름돋게 대비된다.


이후 와타나베는 레이코와 만나며 1970년 8월 어둡기만 했던 나오코의 장례식을 다시 치뤄주게 된다. 와타나베는 레이코와 관계를 맺고 레이코에게 "행복해야 돼"라는 말을 듣는 등 상실감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다음은 와타나베의 독백이다.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가는 것만을 생각해야 했다."

 

 

 

"너 지금 어디야?"
 

레이코와의 만남 직후 와타나베는 미도리에게 연락한다.

 

" 너와 꼭 이야기를 하고싶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꼭 해야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 세상에서 너 말고 내가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너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모든 것을 너와 둘이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

 

온 세상의 가느다란 빗줄기가 온 세상의 잔디밭 위에 내리는 듯한 침묵이 이어지고 미도리는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어디야?"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나는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러나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와타나베 또한 두번의 상실을 겪고 나오코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음을 마지막 장을 통해 알 수 있다. 와타나베가 두번의 상실을 통해 죽음과 함께 살아가며 정상적이게 살지 못하는 모습은 책의 1장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는 1장에서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같이 듣던 "노르웨이의 숲"을 듣고 매우 고통스러워 했으며, 매일 나오코에게 편지를 보내던 와타나베가 나오코에 대한 글을 쓰기를 매우 힘들어함을 확인했었다.

 

2회독을 하며 왜 이책의 부제목이 상실의 시대인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와타나베가 나오코와는 달리 37살까지 살았음은 알 수 있으나 미도리와 잘 되었을 확률은 필자는 거의 없다고 본다. 와타나베의 마지막 모습(미도리와의 전화, 1장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여준 나오코의 모습과 오버랩되기 때문..

 

책을 첫번째 읽을 때에는 와타나베에게 대입되어 정말로 나오코가 낫기를 바랬었고 나오코의 죽음을 확인했을 때 큰 상실감이라 해야하나? 마음 한 구석이 휑해졌다고 해야하나..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책을 2회독 할 때는 와타나베 보다는 나오코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나오코가 왜 죽었을까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분명 나오코는 호전되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고 와타나베와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여러번 성적 접촉을 하며 사람다운 면모를 보였었다.

 

하지만 나오코는 와타나베와 만남을 할때마다 더욱 상태가 악화되었고 이것의 결말은 자살이였다. 

 

이 책이 37세의 와타나베의 기록(과거회상)인 점을 생각하면 읽으면서 와타나베에게 감정을 이입하는게 자연스럽다고 생각된다. 왜 나오코가 죽은지도 명확하게 모르는채 상실감에 빠져 "노르웨이의 숲"을 듣고 혼란에 빠지는 모습은 읽을때마다 안타깝다고 느껴진다.

 

뭐 이것은 와타나베의 입장이고, 책을 읽은 필자의 입장에서는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나오코가 와타나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요양소에 갈일이 있었을까?

 

나오코의 생일 때 와타나베가 기즈키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와타나베가 현실을 아에 접어두고 나오코에게만 집중했었다면 나오코는 기즈키를 잊을 수 있었을까?

 

나오코의 죽음의 원인은 언니의 죽음과 기즈키의 죽음에 대한 상실감이 확실하겠지만.. 와타나베의 영향이 단 1%도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