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책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리뷰

hsb_02 2024. 4. 30. 18:13

 

▶ 책 제목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작가



이도우

 

▶ 책 정보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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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기록을 하다보면 오늘 날짜의 부피가 생긴다. 6년 전 오늘, 3년 전 오늘. 작년과 올해의 오늘. 겹겹이 층이 쌓이는 페이스트리 빵처럼 그 속에 기억과 장면들이 깃든다. 언제가부터 겨울이 오면 H가 내려왔고, 그녀를 모른 척 바라보고, 가끔 서로 말을 나누고, 나는 겨울마다 어떤 날짜들의 부피를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포개지는 일상들은 딱히 달라질 것이 없어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다 올 겨울 그녀가 내게 다가왔을 때, 우리가 사랑을 나누었을 때, 그 날짜들은 더 이상 균일한 평안함으로 쌓이지 않고, 오늘의 부피는 이전과는 달라졌다. 내년부터는 겨울이 와도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가올 겨울의 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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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사랑은 ... 눈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하나 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로 다가올 것만 같다고. 그만두려면 지금 그래야 한다 싶었지만 그의 외로워 보이는 눈빛에서 피할 수가 없고, 그건 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 한마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저자 이도우 작가님의 다른 작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완독하였다.

 

이 작품은 전작과는 다르게(반대되는?) 다소 적극적인 스타일이며 미술을 전공해온 목해원과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글로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시골의 책방지기 임은섭이 서로의 아픔을 달래고 어루만져주는 한겨울의 따뜻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미술 강사를 하다가 어느새 지쳐버려 겨울동안 이모의 펜션인 호두하우스에서 묶기로 시작한 목해원과 호두하우스 근처에서 굿나잇 책방을 운영하는 임은섭과의 만남으로 전개된다.

 

어릴 적부터 현재까지 많은 시련을 겪어와 친한친구는 물론 자기 주변의 어떤 것도 신경써오지 않았던 해원이 지금까지 자신을 계속 바라왔으나 바라보기만을 선택한 은섭과 서투른 만남부터 애틋한 사랑까지 진행되는 과정은 그들의 대화 하나하나 그리고 은섭의 비공개 리뷰글들이 필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동창회 때 네가 예전에 나를 좋아했었다고 했던 말. 지금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게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어. 어쩌면, 아직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 너는?"

 

"어쩌면.. 네가 요즘 나를 다르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의심. 전보다는 좋아해주는 걸까, 하는 의심."

 

"의심이 또 이루어져서 어떡해?"

 

"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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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섭"

 

"마시멜로의 꽃말은.."

 

"마시멜로의 꽃말은, 뒤늦게 깨달은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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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두려운건, 하는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실패하는게 아니야. 농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오는게 제일 두려워.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농담이 안나와서 그래. 너를 웃겨줄 말이 생각이 안나서."

 

"널 사랑해. 앞으로도 늘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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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 진정으로 원하는게 생기는 건 괴롭다.
 


하지만 나라고 욕망이 없을리가
 

눈동자 뒤에 그녀가 살기 시작했다. 눈을 감아도 소용이 없다. 계속 보이니까




둘의 대화 말고도 해원과 이모와의 관계나 해원과 보영과의 관계, 그리고 책방 스터디 모임 또한 재밌게 읽을 수 있던 요소였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해원은 일상생활에서 좋지않을 일을 겪어 찾아 온 호두하우스와 굿나잇 책방에서도 일련의 사건을 통해 마음을 다잡기 위해 혜천읍을 뒤로하고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간다. 하지만 해원은 안좋은 사건으로 예전처럼 자신 외에 모든 것을 차단하기보다는 은섭과의 만남이나 보영과의 만남, 또한 굿나잇 책방지기를 하던 시절을 마음에 담고 생각을 정리한 뒤 날씨가 좋아질 때쯤 다시 모두를 찾아가게 된다. 

 

필자는 책의 제목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해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를 포함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원과 보영같은 사이가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된다. 작 중 해원은 성장하여 과거의 시련을 은섭을 통해 달래고 아픈 관계(보영이나 이모)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완독 후 필자는 내가 나 편하자고 잘라낸 관계들을 해원처럼 다시 이어보려는 노력을 추후 할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난 뒤의 느낀점이다.